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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08 06:00:00, 수정 2017-09-08 06:00:00

[SW 위크엔드스토리] 현주엽 감독 “김종규가 변해야 LG가 산다”

  • [스포츠월드=이천 박인철 기자] “고기 못 먹어본 둘이서 의기투합해야죠.”

    지금 10∼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 현주엽(42) LG 감독을 보면 ‘먹성 좋은 방송인’, ‘서장훈의 절친 예능인’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를 비롯한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현주엽은 농구 ’레전드’다. 현역 시절 195㎝의 크지 않은 신장으로도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방면에 재능을 드러내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고려대 재학시절부터 오빠부대의 일원으로 농구 부흥을 이끌었던 스타 중의 스타. 잠시 해설과 예능 출연으로 외도를 하긴 했지만 현 감독의 마음 속에는 늘 코트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현역 시절 마지막 팀이었던 LG에서 첫 감독직을 맡아 한창 시즌 구상에 몰두 중인 현주엽 감독의 속내를 들어봤다.

    -어느덧 감독직을 맡은지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보내고 있나.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선수들을 내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부상자도 많이 돌아와서 요즘은 더 편해졌다.”

    -6일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인터뷰는 5일 진행).
    “고민이 많다. 작은 외인(저스틴 텁스)이 8월15일에 입국하고 몸이 안 좋아 딱 하루 운동했다. 종아리에 부상이 좀 있다. 그 친구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데 벌써 3주째 쉬고 있다. 아직 기량이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서 걱정이 든다.”

    -가승인 생각도 날 것 같다. 타 팀에선 이미 가승인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7일 기준 LG와 모비스를 제외한 8개 팀이 한 명씩 외인을 교체했다).
    “필요하면 당연히 우리도 한다. 그런데 우리 팀에 맞는 선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또 아직 텁스를 활용한 적도 없는데 교체하는 것도 그렇다. 선수들과 호흡도 맞춰봐야 하고, 일단 한 번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나.”

    -시간을 돌려 LG에서 감독직 제의가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올 게 빨리 왔다? 1, 2년 더 지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사실 집에서는 감독직을 말렸다.”

    -이유는?
    “일단 수입이 2배 이상 차이 나니까(웃음). 또 주변에서 감독하는 형들 보면 다들 낯빛이 너무 안 좋더라. 흰 머리도 많이 나고… 나도 최근에 검은 색으로 확 덮었다. 아직 시즌 시작도 안 했는데 껄껄”

    -해설위원이었을 때와 감독이 되고난 후 LG를 바라보니 어떤가.
    “와서 느낀 건데 LG는 겉은 화려하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팀이다. 주전들이 연습에서 빠지면 기량 차가 확 드러난다. 또 따지고 보면 팀에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 등 스타는 많은데 각 포지션에서 1등을 하는 선수들도 아니다. 박찬희(전자랜드), 이정현(KCC), 오세근(인삼공사) 등 우리 선수들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리그에 많다. 화려한 만큼 실속을 갖춰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다. 결국 궂은 일을 많이 해주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비주전 선수들도 기량을 더 끌어올려서 주전들 쉴 시간도 분배해줘야 하고… 고민이 끝도 없다. 그래서 흰 머리가 안 줄어든다(웃음).”

    -훈련 때 당근과 채찍, 어느 것을 던지는 편인가.
    “(주저 없이) 채찍이다. 지금 LG는 당근을 줘서 될 팀이 아니다. 물론 두 가지를 잘 섞는 게 좋겠지만… 선수들이 쉽게 플레이하고, 거저 먹는 것에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까진 채찍을 휘두르는 게 맞다고 본다.”

    -선수들이 부상도 자주 당하는 편이었다.
    “김종규는 멍 때리다가 자주 다치는 것 같다(웃음). 종규는 많이 뛰어서 다치는 것보다 비시즌마다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 못 한 탓이 있다. 몸이 지치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금방 몸을 다친다. 그래서 일부러 연습량을 늘렸다. 그래야 시즌 후에 덜 지치고 덜 다친다. 성민이나 시래는 개인 관리가 뛰어난 선수들이라 충분히 재활할 시간을 주고 있다. 두 선수는 오후에 한 타임 정도만 팀 훈련에 참여한다.”

    -김종규가 등번호를 32번(현 감독 현역 번호)으로 바꿨더라.
    “김종규가 LG 농구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돼야 우리 농구가 쉬워진다. 그 정도 신장(206㎝)에 빠른 스피드, 운동능력도 갖췄는데 하는 플레이를 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 장점을 못 살린다. 오세근, 이종현(모비스), 최준용(SK) 다 종규보다 작은데 리바운드나 블록 등 기록을 보면 종규가 밀린다. 블록이 많아지면 내곽 수비가 편해진다. 그런데 종규가 멍 때리고 있으면 다른 선수들이 내외곽을 다 막아야 한다. 종규가 못 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이 더 뛰어야 하니까. 종규 포지션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

    -선수 본인한테도 주입을 많이 시키겠다.
    “계속 말하는데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를 하니까 자꾸 까먹는다. 누가 외곽에서 쏘면 바로 리바운드 들어가고, 상대가 레이업을 시도하면 블록슛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몸에 덜 뱄다. 악순환인 것이 비시즌마다 팀에 없으니 제대로 훈련시키기도 어렵다.”

    -현 감독은 현역 시절 다재다능한 플레이어로 유명했다. LG에서 보여주고 싶은 농구는 무엇인가.
    “선수들의 기량을 다 뽑아내는 농구를 하고 싶다. 일단 있는 선수들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수비를 좀 더 강하게 만들려 한다. 수비가 강해질수록 상대 슛 미스가 많아진다. 김종규가 안에서 리바운드를 많이 따내주고 김시래나 텁스 같이 빠른 선수들이 속공에서 힘을 발휘해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상민, 추승균 등 유난히 스타 감독들이 한 번씩 최하위를 경험해봤다.
    “뭐 어떤가. 못 하면 꼴찌 하는 거다. 물론 막상 하게 되면 속 뒤집어 지겠지만(웃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설마 꼴찌하겠어?’ 이런 생각이 있다. 부상자만 없다면 꼴찌는 안 할 것 같다.”

    -NBA 출신 새 외인 조쉬 포웰의 적응도는 어떤가.
    “이번 시즌 김종규, 박인태, 포웰에 기대하는 요소가 크다. 특히 인태는 비시즌 동안 묵묵히 훈련 열심히 했다. 수비적인 부분은 종규보다 낫다. 문제는 경험인데 이 부분을 포웰이 잘 커버해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운동능력이 저하되서 경험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포웰이 그런 역할을 잘한다. 아주 영리하다. 농구 센스, 지식도 많아서 주문하면 빨리 이해한다. 사실 외인이 말을 많이 안 하는데 포웰은 말도 많이 한다. 알려진 바로는 성격이 다혈질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니더라.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선수다.”

    -현 감독도 현역 시절 우승을 못 해봤고 LG 역시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다. 갈증이 있을 것 같다.
    “고기 못 먹어본 둘이 만났다(웃음).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 플러스가 됐으면 한다. 손에 우승반지를 끼고 싶은데… 일단 6강을 가야 한다. 플레이오프만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나. 타 팀들이 외인 교체를 하면서 전력이 좋아지는 것 같은데 반대로 생각하면 조직적인 부분은 우리가 나을 수 있다.”

    -곧 시즌이 시작한다. LG 팬들에 각오를 전한다면.
    “내가 현역 시절이었을 때부터 창원은 응원 열기가 아주 뜨거운 곳이다. 잘하면 성원을 보내주시는데 못하면 아주 무섭다(웃음). LG가 좋은 농구를 보여줘야 한다. 경기장에 찾아와 주시면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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