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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7 18:37:55, 수정 2018-02-27 21:04:57

[차길진과 세상만사] 184. 어느날 갑자기 영혼을 본다면

  • 간혹 영혼의 존재를 믿지만 언제 영혼을 보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만약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영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극도의 공포가 찾아오는 순간 누구나 ‘영감(靈感)’이 발달하게 된다. 그런 순간에 영혼과 대면하게 되리라.

    어느 해 추운 겨울, 서해에 있는 작은 섬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 일이 있었다. “섬에 들어가십니까?” 한 어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더니 그는 자기 배를 타고 가라며 선뜻 자리를 내어주었다.

    겨울 바닷바람은 제법 매서웠다. 제법 거친 파도를 넘나드는데, 그는 “이런 겨울날이면 귀신을 만날 것 같습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당신은 영혼의 존재를 믿으시나보죠?” 내 말에 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럼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혼을 보아왔습니다. 저 같은 뱃사람들은 영혼과 늘 같이 생활한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부는 출항하기 전, 그물을 다듬은 뒤 다른 사람과 함께 그물을 끌고 배로 가는데 그때마다 사람 수를 세는 버릇이 있었다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늘 여섯이서 그물을 끌고 가는데 세다보면 사람 머릿수가 일곱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틀림없이 만선이 돼서 돌아왔지요” 여섯이서 끌고 가는데 머릿수는 일곱이면 분명 한 명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뿐 아닙니다. 배가 망망대해로 들어설 무렵, 갑판 위로 나서면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뱃머리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겁니다. 분명 귀신이지만 아무도 그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오늘도 만선이겠거니’라고 생각할 뿐이지요.”

    어부의 말은 흥미로웠다. 그는 오히려 ‘영가’가 나타나면 그날은 상당히 ‘재수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것. 그리고 하는 말. “오늘 아침에도 제 배에서 영가를 봤습니다. 바로 손님이 앉아 계신 그 자리에 있던걸요. 그래서 아까 손님을 보는 순간 ‘내 배로 모셔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영가가 나를 섬으로 향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습니다”라고 말했던 그 어부의 목소리는 잊히지 않는다.

    미대를 졸업하고 배고픈 것도 마다하고 그림만 그린 어느 화가의 이야기다. 가난한 화가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생활고에 지친 부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을 떠났다고. 그런 어느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났고 커피를 마시며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림이 완성되자 그녀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다닌다는 회사를 찾아갔더니 그런 사람은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주 가던 커피숍 종업원에게 그녀의 소식을 물어보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늘 혼자 오시지 않았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머리가 하얘졌다.

    화가는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영가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다른 화가와는 다르게 영혼을 만나 화폭에 담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었고, 그런 그의 마음을 간파한 여인영가가 나타나 그에게 자신을 그리게 한 뒤 사라졌던 것이다. 영가는 그를 속이고 사라졌지만 화가는 그림을 볼 때마다 그녀를 생각한다고 한다.

    만선을 이룬 어부와 사랑하는 영가를 화폭에 담은 화가. 두 사람 모두 영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지금쯤 매서운 겨울바람이 귓속을 파고들 망망대해 위에서 영가를 위로하며 만선의 꿈을 채우고 있을 늙은 어부의 말 한마디가 그리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영혼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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