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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5-21 00:08:17, 수정 2018-05-21 00:08:17

파리 들썩인 MSI ‘게임으로 위아 더 월드’

라이엇 주최 올해 첫 메이저 제전 성료… 파리서 4강·결승
프랑스국가 ‘라 마르세예즈’ 울려퍼져 ‘e스포츠 평가 격상’
프랑스 등 유럽 팬들 태극기 들고 응원도 “직접 볼 기회”
한국 대표 킹존 중국 RNG에 내내 끌려다니며 1대3 완패
  • # 하이핑(Hyping): ‘과장되고 때론 소란을 피우다’는 속뜻을 가진 영어 hype가 원형. 일반적으로 스포츠 장르에서는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본 경기 직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파리(프랑스)=김수길 기자] 20일(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동북부 팡탱(Pantin)에 위치한 대형 경기장 제니트 파리 라 빌레트. 이곳에서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를 소재로 한 올해 첫 글로벌 제전인 MSI(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결승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대표인 킹존 드래곤X(이하 킹존)와 중국에서 온 RNG가 종착지에 섰고, 이역만리에서 날아온 이들을 몸소 보기 위해 이미 입장 2시간 전부터 경기장 입구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MSI의 결승전 개시 40분 앞둔 오전 11시 20분 경. 주로 프랑스를 비롯한 인근 유럽에서 몰려든 4600여명의 ‘롤’ 팬들은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일제히 발을 ‘쿵쾅’거리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 무대 뒤에서는 몸에 MSI 본선 입성 팀 로고와 파리의 명물 에펠탑 형상을 그려넣은 이가 등장했고 그의 손짓에 팬들 전원은 ‘아우’, ‘워워’ 같은 의성어를 보내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무대 위에서 흥을 이끌고 있는 이는 바로 북미 ‘롤’ 프로게임단인 옵틱게이밍의 매니저 로마 비자(Romain bigeard)다. 한때 유럽 내 ‘롤’ 리그를 담당한 이력이 있어서 현지에서는 더 친숙할 법했다. ‘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있다는 게 라이엇 게임즈 측 설명이다. 프랑스 리용에서 온 리오넬 블랑샤(30·회사원)는 “경기 전 서먹서먹한 시간에 우리에게 친숙한 로마 비자가 열기를 북돋운 덕분에 ‘롤’ e스포츠 팬들 사이에 동질감을 조성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적·인종 초월한 유럽 팬들 “그냥 게임·선수가 좋아”

    이번 MSI는 유럽에서는 처음 개최된 까닭에 현지에서 크게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유럽은 ‘롤 월드 챔피언십’(1회 스웨덴·5회 독일, ‘롤드컵’)이나 ‘롤 올스타전’(2회 프랑스·4회 스페인)과는 몇 차례 인연이 있었으나, MSI로는 기회가 없었다. 이런 연유로 현지 팬들의 호응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여느 스포츠 경기처럼 결승전에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가 울려 퍼졌다. 라이엇 게임즈 유럽법인 관계자는 “적어도 프랑스에서만큼은 e스포츠로서 ‘롤’ 종목에 대한 평가가 제도권 스포츠 종목이자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기장에서 착석할 수 있는 최대치인 4600석이 꽉 채워졌다. 4강은 최대 40유로였고 결승전 당일은 최대 45유로까지 티켓 가격이 책정됐지만 며칠만에 동이 났다. 고액의 비용을 지불한 후로도 팬들의 관심은 모든 경기에서 남달랐다. 유럽을 대표하는 프나틱이 4강 첫날 중국 소속 RNG에 무릎을 꿇었지만 이들은 역정 대신 격려와 찬사로 화답했다. 큐레이터로 일한다는 루이즈 마르탱(29)은 “파리에서 모처럼 대형 e스포츠 대회가 열린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멀리에서 온 다른 팀을 위해서라도 계속 응원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의 한 축으로 e스포츠를 인정하는 만큼 국적 불문에다 인종이나 피부색은 전혀 구분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일부 현지 팬들은 태극기를 손수 챙겨와 연신 “킹존! 킹존!”을 외치기도 했다. 파리에 거주하는 고교생 니콜라스 스트릴(18)은 “2016년부터 락스 타이거 시절부터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 ‘피넛’ 한왕호를 좋아했고, 지금도 이들이 있는 킹존을 응원하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경기를 시청하는데, 좋아하는 팀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서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성용을 종아하는 친구와 함께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찾았다.

    앞서 ‘롤 올스타전’이 파리에서 열린 2014년에도 한국 대표인 SK텔레콤 T1의 주축인 ‘페이커’ 이상혁의 생일 소식이 장내에 알려지자 다함께 축하 노래를 불러줬을 정도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팬들의 국적과 국경을 뛰어넘은 애정은 각별하다. 벨기에에서 온 미라 브루너(23·간호사)는 “한때 후니와 레인오버 등 한국인 2명이 프나틱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롤’이라는 e스포츠 종목과 프나틱을 좋아할 뿐, 그 안에 누가 소속돼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외국인이든 아니든 그건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킹존 무력하게 RNG에 무릎… 총 상금 집계까지 시일

    열띤 하이핑으로 예열작업을 마치고 유럽 팬들의 애정을 듬뿍받은 올해 MSI에서 우승컵을 가져간 곳은 중국 대표인 RNG였다. RNG는 킹존을 맞아 3대1로 완승했다. 킹존은 지난 4월 1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18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MSI 출전권을 따냈으나, 정작 MSI 본 무대에서는 RNG에 세트 내내 끌려다니며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패배의 원인은 RNG의 주장 ‘우지’ 지안 쯔하오에 휘둘린 게 컸다. 1세트(킬 스코어)부터 4대14로 참패했고 10대7로 겨우 2세트를 가져갔으나, 3세트 들어 다시 3대15로 완패했다. RNG가 킹존을 마음대로 요리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9대13으로 4세트마저 내주면서 결국 킹존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MSI는 이달 초 독일에서 예선에 돌입한 뒤 4강부터는 프랑스 파리에서 속개됐다. 18일과 19일 양일간 RNG와 킹존은 각각 유럽 소속인 프나틱, 대만의 플래시 울브즈를 누르고 결승에 왔다.

    우승팀 외에 또 다른 흥미 요소인 상금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추구하는 고유 방식인 상금 변동제가 적용된다. 아이템 판매금 일부를 상금으로 얹어주는 게 골자다. 기본 상금(25만 달러)에다 MSI와 관련된 아이템 판매액의 25%를 보탠다. 우승팀은 총 상금의 38.5%를 가져간다. 라이엇 게임즈는 모금 형태를 띈다고 해서 이를 두고 크라우드 펀딩제라고 부른다. 이 같은 합산 구조에 따라 우승팀 상금뿐만 아니라 총 상금 역시 최종 집계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 MSI는…

    늦겨울인 연초부터 초봄인 4월까지 전 세계 14개 권역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e스포츠 리그 중에서 이른바 봄 시즌 격인 스프링 스플릿을 석권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e스포츠 제전이다. 매년 10월 경 실시되는 ‘롤드컵’과 시기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공식 명칭에 미드(mid)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상반기를 우승자를 가린다는 의미인 셈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롤드컵’과 더불어 MSI를 상반기, 하반기 최대 제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MSI 진출 절차로는 14개 지역의 스프링 시즌 우승팀을 우선 추스리고, 이 중에서 지난 2년 간 국제 대회 성적(MSI/롤드컵)을 기준으로 그룹 스테이지로 직행할 팀과 별도 조별 리그인 플레이-인 스테이지 참가 팀을 나눈다. 성적이 좋은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한국은 그룹 스테이지에 매회 직행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MSI를 출발점으로 오는 7월에는 ‘리프트 라이벌즈’, 이어 10월 ‘롤드컵’과 12월 ‘롤 올스타전’까지 총 4개 메이저 대회를 치른다.

    MSI는 2015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주도(州都)인 탤러해시에서 첫회를 열었다. 중국 상하이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순으로 바통을 물려받았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한국의 SK텔레콤 T1이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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