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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04 09:15:30, 수정 2018-06-04 10:27:20

[스타★톡톡] 손예진 "진아의 미성숙함에서 짠한 감정 느꼈죠"

  •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는 배우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복귀한 손예진이 5년간의 공백이 무색한 비주얼과 연기력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지난달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은 평범한 30대 여성 윤진아를 맡았다. ‘이왕이면 최선을, 좋은 게 좋은 거’ 주의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일도 사랑도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아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 그러던 중 동생의 친구 준희(정해인)과 재회하고, ‘진짜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시청자들에게 손예진은 ‘예쁜 누나’ 그 자체로 남았다.

    -‘예쁜 누나’를 선택한 계기는.

    “그 당시 하고 싶었던 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조금은 지루하고 별 이야기 없다해도 묵묵히, 차근차근 걸어나가는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 말이다. 감정을 만들어서 하는 대사가 아니라 현실에 있음직하고 들어본 듯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예쁜 누나’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나는 극 중 모든 캐릭터들이 다 이해가 됐다. 처음 대본을 보면서 이 뒤에 엄마와 아빠가, 그리고 경선이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물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극 초반 두 사람의 ‘현실 연애’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차 안, 집 앞, 놀이터 처럼 장소에서 오는 느낌이 크다. 장소가 주는 편안함으로 인해 대사가 더 편해지고, 서로 던지는 말들이 만들어진 말이 아니게 된다. 보통의 드라마는 심각한 장면 다음에 또 심각한 장면이 이어진다. 재밌는 건 ‘예쁜 누나’에서는 심각한 장면 다음에 뜬금없이 ‘라면 달라’고 한다는 점이다. 사실 현실이 그렇다. 힘들고 괴롭다가도 그 상황이 웃기고, 감정의 여운들이 남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풀기도 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끼신 듯 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표현하기도 어렵고 설명할 수도 없는 ‘진짜 연애’가 이런거구나 싶었다.”

    -기자간담회 당시 ‘인생의 화양연화 같다’던 말이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을 더 일찍 만났더라면 이런 사랑을 못 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진아와 준희의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연애신들이 슬로우로 보이는데 너무 슬펐다. 사랑하는 신들로 가득 찬 화면을 보면서 감독님과 해인씨 세 사람이 다 슬퍼했다. 감독님이 ‘우리 인생의 화양연화를 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결국엔 다 사라지고 없어질 순간들이지만 누구나 사랑했던 경험 속에서 찰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영원하길 바라고, 끝나지 않길 바라는 순간들을 겪는데 딱 그걸 경험한 것 같았다. 아름답지만 슬펐던 순간들이었다.”

    -반면 후반부 ‘고구마 전개’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진아가 저 상황에서 왜 거짓말을 할까, 왜 저런 선택을 하고 실수를 반복할까 하면서 보는 답답함이 분명히 있는데, 그 지점들을 조금씩 고쳐나가다보면 ‘예쁜 누나’의 윤진아가 아니게 된다. 윤진아라는 캐릭터가 솔직하지 못한 그 순간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아는 혼자 삼키고 앞에선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진아를 연기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진아가 짠했다. (진아를 연기하며) 단순히 옳고 그름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안보이는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 모습들조차 모두 진아였다. 아픈만큼 성숙하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달라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가 ‘진아의 성장기’라기 보다 성장하고 있는 한 단계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진아가 사내 성추행을 고발하며 힘겨운 회사 생활을 버텨냈는데.

    “실제로 미투(Me Too)를 했을 때, 특히 회사 대 개인일 경우 피해 여성들이 많이 무너진다고 하더라. 결국 그 시간을 견디는 건 정말 힘들다고 들었다. 그 사실이 너무 슬펐다. 진아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도와주지 않는 3년을 보냈다. 그 시간을 견디고 결국에는 사표를 냈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승자답게 웃어넘겨’라고 해서 웃는 진아는 결코 웃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진아를 연기하며 ‘아, 현실은 부딪히고 깨져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윤진아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어려운 선택이다. 사실 진아가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다짐하고 선택한 일은 아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아닌걸 말 못하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서 ‘이 정도로 가다가는 안되겠다’는 마음 정도로 시작한건데 진아가 서서히 밀려나게 된 거다. 앞으로 나서려던게 아니라 다들 물러나다 보니 그 상황에 놓인거다. 연기였지만, 그동안에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좌절을 느꼈다. 너무 억울하고 비참한 마음이었다. 만일 내가 진아의 상황이 되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동료 배우들, 제작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께 너무 많은 존중을 받았고, 선배님들께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해인씨와 직장 동료로 나온 배우들이 대부분 나보다 어렸다. 정말 힘든 순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이고 싶었다. 항상 현장에서 막내로 생활했었는데, 이제 다 나에게 ‘선배님’이라고 하더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됐다.(웃음) 좋은 언니이자 누나이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됐다.”

    -안판석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깊어 보인다.

    “감독님은 예술가라는 표현이 어울리시는 분이다. 분명한 신념이 있으신 분이기도 하다. 이 일을 오래하다보면 흔들리고 다른 방향으로 가게되는데, 끝까지 본인의 신념을 놓치지 않고 가신다. 그 점이 존경스럽다. 또 감독님이 바라보는 세상,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좋다.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현장은 정말 말도 안되는 현장이었다. 그래서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감독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윤진아를 연기한 소감은.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도 좋겠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갔다. 그래서 더 진아라는 캐릭터에 몰입했던 것 같다. 끝까지 내가 가지고 가야했던, 아픔이 있는 캐릭터였다. 반복되는 실수를 하는 진아의 미성숙함이 주는 짠함을 느꼈었다. 그러다보니 애써 포장해서 진아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사를 하기 전에 보여지지 않는 훨씬 이전의 상황부터 지금 이런 선택의 이유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봤다. 누구라도 바보같은 선택을 할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진아를 진아로서 보이고 싶었고, 어떤 식으로도 공감과 감동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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