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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12 08:00:00, 수정 2018-06-12 08:00:00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⑤] 무광택 컬러 골프볼의 진실

  • 너무 탐났다. 내가 몸담은 회사가 만든 핏빛 무광택 컬러 골프볼을 처음 봤을 때. 그래서 대표에게 요청했다. "나도 붉은색 무광택 컬러볼을 쓰겠다"고. 그의 답은 뜻밖이었다. "안된다"고 했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고 물을 수 밖에. 그의 답은 명료했다. "무광택 컬러 골프볼은 덜 날아가고 컨트롤도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프로 골퍼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주춤했다. 명색이 프로 골퍼이고 보니 비거리와 컨트롤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그래도 붉은 철쭉빛 볼을 그의 한마디에 곧바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따졌다. "왜 비거리가 덜 나고 컨트롤도 잘 안 되느냐"고. 골프볼에 미쳐 수 년을 연구한 그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 회사 무광택 컬러 골프볼 커버는 우레탄 소재가 아니라고 했다. 써린 수지(surlyn resin)같은 소재를 쓴다고 했다. 써린은 탄성이나 부드러움이 우레탄에 미치지 못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써린 소재 무광택 컬러 골프볼은 우레탄 커버를 입힌 흰볼에 비해 비거리는 덜 나가고 스핀량도 부족하다고 했다. 지식이 부족한 나는 "그러면 우레탄 컬러 골프볼을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가 그 고민을 안 해봤을 리 없었다.

    그는 우레탄 컬러볼은 색깔이 써린 제품만큼 아름답지 못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바로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우레탄은 발포성 소재로 밀가루 반죽에 비유할 만한 특성을 갖고 있다. 밀가루 반죽에 색소를 넣으면 색깔이 아름답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골고루 배지도 않는다. 자칫하면 볼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이에 반해 써린은 특성이 투명한 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에 물감을 풀면 어떤가? 색이 고르게 스며든다. 그런 상태에서 표면을 거칠게 처리해 '뽀사시한' 빛을 낸 것이 무광택 컬러 골프볼이다.

    내 맘을 사로잡는 볼을 쓸 수 없다니 낭패였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린 나는 억지를 부렸다. "무광택 컬러 골프볼과 우레탄 흰 골프볼의 퍼포먼스가 그렇게 눈에 띄게 차이가 나겠느냐"고 따진 것이다. 그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프로 골퍼가 아니라 아마추어 중상급자만 되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비거리가 200m가 채 되지 않는 골퍼에게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는 안간힘을 써서 "그래도 무광택 컬러볼이 러프에서 찾기 더 쉽지 않느냐"고 따져 보았다. 그는 그 실험도 이미 해 본 상태였다. "가까이서 보면 무광택 컬러볼에 확 끌리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지면 광택이 있는 컬러볼이 더 눈에 잘 띈다"고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광택 컬러볼이 빛을 더 많이 반사할 테니 당연한 얘기이긴 했다. "우레탄 흰볼과 무광택 우레탄 컬러볼을 비교하면 어떨까"라고 질문할 때 나는 이미 무광택 컬러볼 쓸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그는 "같은 우레탄 볼이라도 무광택 처리 특성상 유광택 처리보다 골프볼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더 받아 비거리면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백스핀은 더 잘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가 유광택 우레탄 컬러볼에 집중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내보았다. 그는 "세계 골프볼 시장에서 컬러볼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과거 컬러볼이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가졌기 때문에 뿌리 깊은 편견이 전 세계 골퍼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우레탄 컬러볼을 만들기는 하지만 마케팅에 주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세계적 볼 메이커들 역시 컬러볼을 구색 갖추기 정도로 생각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얘기를 듣자 나는 현재는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아름다운 빛깔 볼을 선택하는 대신 퍼포먼스를 포기할 것이냐?'와 '아니면 스코어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냐' 중 하나를 놓고 말이다.

    김용준 프로(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Cafe.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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