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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05 03:00:00, 수정 2018-07-04 19:02:01

    #안샀음 #왜사… 손님 대부분 '눈요기'

    日 '돈키호테' 매장 벤치마킹
    공간 비좁고 희한한 상품 많아
    호기심에 사진 찍고 구경만 해
    구매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
    비상구 표시는 POP에 가려져
    불나면 대형 인명피해 도 우려
    • [전경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1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었다”는 삐에로 쑈핑이 최근 문을 열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찾아간 삐에로 쑈핑은 평일 낮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삐에로 쑈핑 1호점은 서울 강남에 있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지하 2개 층에 자리했다. 지하 1층은 893㎡(270평), 지하 2층이 1620㎡(490평)여서 총 2513㎡(760평) 규모다.

      입구에 서면 먼저 계산대가 있고, 정면으로 온갖 물건들이 정신없이 쌓여 있는 진열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왼편 지하 2층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에는 쇼핑용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있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주말이면 길게 줄이 늘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평일에는 주말 백화점 수준의 혼잡도를 보였다.

      손님들은 20~30세대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관계사, 혹은 경쟁사 직원들로 보이는 수상한 정장 차림의 남녀들이 뭔가 분주하게 적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좁은 통로에 몰린 고객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에 집중해 귀를 기울여 봤다.

      ▲손님은 많지만… #안샀음, #왜사

      매장 내부에서는 ‘쇼핑’이 아닌 ‘쑈핑’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좀 찍어줘”라는 대화가 가장 많이 들렸다. 사진촬영을 제한하지 않는 삐에로 쑈핑의 방침 탓인지 희한한 상품을 발견할 때 마다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손님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점포 전체가 일종의 거대한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었다. SNS 검색을 위한 기호인 해시태그(#)를 이용해 삐에로 쑈핑을 검색해 보면 ‘#셀카’가 가장 많고 ‘#돈키호테랑똑같음’, ‘#큰기대는하지마세요’도 보였다.

      기자도 여기서 꼭 사가야 하는 ‘필수템’ 쇼핑을 위해 현장에서 블로그를 검색해 봤다. 돈키호테의 핵심인 드럭 스토어(헬스&뷰티 스토어)가 없다는 지적과 명품매장 상품 구성이 형편없다는 혹평이 먼저 나왔다. 일본 돈키호테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산 물건을 모아놓고 찍는 ‘전리품 인증샷’은 찾기 어려웠다. 그저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나왔을 뿐인 방문객이 태반인 셈이다.

      출구에서 지켜본 결과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증샷만 찍고 나오는 손님들은 ‘#안샀음’ 같은 해시태그를 쓰는데, 정용진 부회장도 이 해시태그를 종종 사용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피규어 매장을 둘러본 뒤 ‘#왜사’라는 새로운 해시태그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좁으니까 더 좋아?… “나가자”

      “언제 나가?”, “빨리 나가자”라는 대화도 자주 들렸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 수준으로 손님이 몰려 실내 공기는 탁했다. 이마트가 일본의 초저가 할인점 돈키호테를 대놓고 벤치마킹한 삐에로 쑈핑은 일본에서 배워온 ‘압축진열’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빈틈없이 상품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득템’의 재미를 주겠다는 의도다. 매장을 깔끔하게 구성하는 기존 방식 대신 오히려 상품을 복잡하게 배치해 소비자가 매장 곳곳을 탐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2513㎡(760평) 매장에 4만여 가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삐에로 쑈핑은 메인 동선을 1.8m, 곤도라간 동선은 두 사람이 마주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인 0.9m로 촘촘하게 배치했다. 보통 대형마트가 1만㎡(3000여평)에 5만~8만 종의 상품을 판매하며, 주동선 4m, 곤도라간 동선을 2.5m로 가져가는 것에 비교되는 부분이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성인용품, 코스프레용 가발과 복장 코너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몰렸다. 

      좁은 공간을 오가던 손님들은 이내 쇼핑용 플라스틱 바구니를 포기했다. 객단가가 크게 떨어지는 순간이다. 반면, ‘원조’인 일본 돈키호테는 최근 도쿄 시내 중심부에 공간을 넉넉히 설계한 초대형 매장인 ‘메가 돈키호테’를 선보이고 있다. 메가 돈키호테 시부야점은 무려 7개 층에 달한다. 이 매장 역시 돈키호테 특유의 압축진열을 고수하고 있지만, 메인 동선이 훨씬 넓고 카테고리별로 섹션을 구분해 원하는 물건을 찾기 쉽다. 시간이 부족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 일본 돈키호테 층별 안내판에는 한국어도 볼 수 있었지만, 삐에로 쑈핑은 국문과 영문 두 가지만 층별 안내에 적혀 있고 개별 상품 가격표와 안내판에는 오로지 한글만 가득했다. 영어를 모르는 중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쉬워 할 부분이다.

      ▲“불나면 어떡하지”… “어디로 나가는지 모릅니다″

      한 쇼핑객이 “여기 불나면 다 죽겠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는 “어디로 나가는지 모릅니다”는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삐에로 쑈핑 측이 내방객들의 재미를 배가 하려고 매장 내 직원들의 유니폼에 새긴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는 문구를 빗댄 말이었다.

      미로처럼 연결된 매장은 내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게 돼 있어 들어온 길을 찾아 되돌아가기 어려웠다. 비상구는 위치를 찾기 애매했다. 천장에 설치된 비상구 표시는 어지러운 POP(광고판)에 가려져 있었고, 바닥에 있는 비상구 유도 표시는 통로에 빼곡히 들어찬 손님들 발 아래에 가려져 있었다. 어렵게 지하 2층 비상구를 찾았지만, 초록색으로 칠해진 벽 한면 색상과 유사한 까닭에 비상구 표시판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둘러봤다.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등에 적힌 ‘그게 어딨는지 저희도 모릅니다’는 문구가 또 한 번 눈에 밟혔다.

      한편, 이마트 측은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삐에로 쑈핑 오픈 전에 방화벽과 소화기, 소화전 등 소방 관련 법적 기준을 맞췄고 직원 대상으로 안전상황교육도 했다”며 “내점 인원이 많아 안전사고가 우려되면 (직원 판단 하에)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입구와 출구를 구분해 운영한다”고 말했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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