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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22 03:00:00, 수정 2018-08-24 11:31:07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그린 ‘밀정’… 영화 속 음주장면, 청소년에겐 독?

    • 광복절 무렵 이리저리 TV채널을 돌리다 영화 ‘밀정’을 보게 됐다. 누적 관객 수 750만명에 달한 기록을 세운 만큼 몰입도가 대단했다. 송강호와 이병헌, 공유, 한지민 등 초특급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데 충분했다.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친일 행각을 펼치던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이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핵심 인물들을 체포하기 위해 접근했다가 역으로 이중첩자 제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 분)과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 분)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 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상해에 모인다.

      스파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만큼 영화에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일본 경찰 이정출과 정채산(이병헌 분)이 이른 새벽부터 만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채산은 약산 김원봉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했으며 일제강점기 시절 김구 선생보다 높은 현상금이 책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식사를 하자며 술이 가득 담긴 대형 항아리를 내오는 정채산. 술독을 가리키며 “보기보다 얼마 안됩니다”고 말한다. 정채산은 40ℓ는 족히 돼 보이는 항아리에 담긴 술을 이정출에게 술을 권한다. “아무리 이중첩자라도 조국은 하나요”라며 설득하는 정채산의 말은 이정출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탈무드에는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나간다’는 대목이 있다. 술을 한 두잔 마시다 보면 마음에 담고 있던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서로의 벽을 허무는 도구로 술을 이용하곤 한다. 경계심이 잔뜩 높아진 스파이와 마주하고 있는 정채산 입장에서는 술만큼 효과적인 회유책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침 없이 술을 마시는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괜한 노파심이 생겼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그린 영화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볼 것이다. TV에서 방영된다면 청소년들에게도 음주 장면이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의 음주 장면은 청소년의 모방 심리를 자극해 잘못된 음주 습관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고등학생의 음주율은 23%다. 음주 시작 연령은 평균 13.2세라고 한다. 10대 무렵 시작한 음주는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위험하다. 알코올은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고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억제한다. 특히 청소년이 술을 마시면 뇌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뇌신경세포는 16세경 완성되는데, 성장이 덜 된 청소년 무렵 음주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성인에 비해 뇌세포가 보다 쉽게 손상된다.

      이제 미디어에서 음주 장면은 빼놓기 힘든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음주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 태도와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 속 음주 장면에 대한 어른들의 고민이 청소년에게 술을 독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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