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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08 03:00:00, 수정 2019-01-09 11:00:31

    후쿠시마산 가공식품 말썽나도 판매… 홈플러스 왜 이러나

    즉석 라면·사케, 일본산으로 눈가림
    현행법 상 국가만 원산지 표기하면 돼
    식품 내 방사능, 인체 축적시 암위험
    "안전" 해명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 가중
    • [정희원 기자] 홈플러스가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초 후쿠시마산 인스턴트 라멘을 매장에서 ‘일본산 라면’으로 소개해 판매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형마트에 갔더니 후쿠시마산 라면을 팔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홈플러스에 진열된 ‘오타루 시오라멘’ 포장에는 한글로 ‘일본산’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뒷면 상품설명에는 한자로 ‘福島産’(후쿠시마산)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원산지를 가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며 분노했다. ‘방사능 라멘을 먹어 불안해 피폭검사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홈플러스 측은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소비자 안심 차원을 위해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사과에 나서거나 피해자 보상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법적으로나 소비자 건강 상으로나 문제될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라멘은 일본 후쿠시마현 기타카타시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으로 사고 지역과는 100㎞ 이상 떨어진 곳”이라며 “수입 단계부터 방사능 피폭검사를 마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상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꾸준히 논란에 오르는 것은 ‘괘씸죄’가 적용된 때문이다. 이 회사는 라멘 회수조치 후 10여일만에 다시 후쿠시마산 사케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쿠시마 인접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오마이 나폴리탄 파스타 소스’도 팔고 있는 게 밝혀졌다. 홈플러스 측은 파스타소스 제조공장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약 164㎞ 떨어진 곳에 자리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홈플러스 측은 “후쿠시마보다는 도쿄에서 더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상품 역시 한국어로 ‘일본산’ 스티커만 부착했다.

      홈플러스가 판매하는 후쿠시마산 라면·파스타 소스는 모두 한 납품업체인 ‘한국산쇼상사’에서 공급하고 있었다. 오사카를 본사로 둔 회사로, 일본인이 운영하고 있다. 유통뿐 아니라 반도체·자동차·전자부품 등을 취급한다. 식품유통 주요거래처로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롯데마트도 포함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관련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추후 후쿠시마산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현행법을 어긴 것도 아닌 만큼 특별한 이유 없이 거래를 중지하는 것도 자칫 ‘갑질’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의 후쿠시마산 상품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후쿠시마에 제조공장을 둔 사탕·젤리류를 판매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의 후쿠시마산 가공식품 판매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홈플러스는 이번 사태 이후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를 문제 삼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수입산 농·수산물 및 가공품 원산지는 국가만 표기하도록 돼 있다.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가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을 판매하면서도 원산지를 일본으로만 표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산 제품은 원산지-국가명부, 수입사명, 제조사명까지는 기록이 의무적이지만 생산지나 소재지 주소 표기는 의무가 아니다. 이와 관련 이커머스에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사케루 구미(さけるグミ)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을 당황케 한 바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적이 없다며 안심하라고 다독이는 분위기다. 식약처가 일본산 가공식품을 수입할 때마다 정밀검사에 나서 세슘·요오드 등 방사능 검출 여부를 가려내고 있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에서 허용치(㎏당 100베크렐·Bq)를 초과한 방사능이 검출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데다 허용치 이하가 검출돼도 전량 반송 조치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후쿠시마산이라면 가공식품도 수입을 막고 있다. 중국은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사료를, 대만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수입을 금지해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방사능 문제에 노출될 경우가 문제다. 식품으로 인한 방사선 물질피해는 오염수준·섭취기간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에 있는 방사선 물질은 인체에 축적되는 등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암 발병을 꼽을 수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일본식품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굳이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후쿠시마산을 골라 먹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100m㏜(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그 이하의 방사능 노출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어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며 “이렇다보니 ‘아주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방사능 100m㏜에 노출되는 것은 일상적인 식품섭취만으로는 어려운 양이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만들었냐보다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검출됐느냐이긴 하지만, 국민정서상 이를 굳이 들여올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현재 후쿠시마 식품을 피하고 싶다면 결국 소비자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식료품을 구입해야 한다면 ‘福島’(후쿠시마) 한자가 있는지 체크해보는 게 상책이다. 의료계 종사자 B씨는 “과학자·의사들이 일반인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후쿠시마산 상품이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 알리기에 주력하면 오히려 반감만 얻을 수 있다”며 “다양한 관계자들과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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