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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2-02 18:10:00, 수정 2019-12-02 18:15:02

    [스타★톡톡] 이혜리 “데뷔 10년 차, 열심히 물장구치고 있어요”

    •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모든 계절을 선심이와 함께 보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위로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더 의미있었죠. 앞으로도 마음 한편에 계속 남아있을 거예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는 청일전자가 갑자기 부도 위기에 놓이면서 말단 경리였던 이선심(이혜리)이 하루아침에 대표로 고속 승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동료들과 척박한 현실을 버텨내는 내용을 담은 휴먼 오피스 드라마였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이혜리는 언제나 의기소침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리바리한 모습부터 회사의 대표로서 느끼는 중압감을 터뜨리는 연기까지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이선심의 내적 변화 등을 섬세하게 만들어갔다. 

       

      1년 8개월 만의 드라마 출연이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롤 ‘미쓰리’를 맡아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를 위해 이혜리는 한동화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차근차근 선심이를 만들어가면서 이혜리의 모습 대신 선심이의 모습을 채워갔다.

      나아가 김상경을 필두로 한 많은 선배 배우들이 있었기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리허설할 때부터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끼리 만들어가는 장면들이 많았다. 선배님들이 대사하는 걸 보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긴장도 많이 됐지만 오히려 현장에 가면 더 편안해졌다”는 혜리는 주 무대가 된 공장 세트장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며 귀엽게 미소 지었다. 사무실, 식당, 공장 내부까지 현실감 있으면서도 디테일을 살린 구조가 좋았다고. 나사 하나도 진짜 청소기에 맞는 사이즈로, 드릴도 실제 작동되는 제품들이 구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서 배우들과 호흡하며 타이틀롤로서의 긴장감을 반쯤 덜어놨지만, 첫 방송을 앞두고는 어쩔 수 없이 긴장됐다.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떨리더라.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이 많이 나왔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지인들에게도 가장 많은 연락이 왔다. 눈에 보이는 반응들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두 번째 방송을 기다릴 수 있었다.”

      tvN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짙은 인상을 남긴 혜리. 이후 SBS ‘딴따라’(2016), MBC ‘투깝스’(201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성덕선’이 남긴 강한 이미지와 비교되어야만 했다. 혜리의 대표작 ‘응답하라 1988’과 성덕선 캐릭터가 뜨겁게 사랑받은 증표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혜리는 이러한 반응에 흔들리지 않았다. 

       

      “만일 덕선이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면, 선심이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은 피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니까요. 악역을 하거나, 더 센 역할을 했다면 덕선이는 보이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런 점에 얽매이고 신경 쓰다 보면 오롯이 작품에 임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생각은 배제하고 오직 선심이만을 생각했어요. ‘덕선이처럼 안 보여야겠다’가 아니라 ‘선심이는 어떻게 그려야할까’ 생각했죠.”

       

      화면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을 접하는 시청자들은 외적인 모습에서 캐릭터의 변화를 파악하기 마련이다. 선배들이 건넨 조언도 그러했다. 말단 경리,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이선심을 표현하기 위해 혜리는 외적인 디테일을 살렸다. 지금껏 한 번도 쓰지 않은 안경을 썼고, 내근하는 내내 공장 점퍼를 입었다. 

       

      선심이에게 닥친 상황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았다. 구지나와 함께 거주하는 원룸의 형태를 상상했고, 1년 차 직장인의 월급통장까지 세세하게 상상해봤다.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처음으로 직장을 구한 선심이에게 사원증이 갖는 뭉클한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캐릭터의 내면을 쌓아갔다.

      혜리가 바라본 이선심은 착하지만 약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어떤 배경으로 어떤 과정을 거친다 해도 또래의 친구일 거라 생각했다. 사회에 발을 디딘 초년생이라면 모두 선심이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선심이가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 선심이를 봤을 땐 ‘왜 이렇게 살지’하는 생각에 대신 싸워주고 싶었어요. 속상하고 보듬어주고 싶고 또 안타까웠죠. 그런데 그건 내가 바라보는 선심이였어요. 주위의 친구들에게 물으니 ‘나도 그렇게(선심이처럼) 살아’라는 답이 왔어요.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았죠. 10년 전 내 모습을 돌이켜봐도 그저 ‘네’하고 대답하고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던 것 같아요. 일을 주면 거절하거나 반박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면서 이 작품이 미래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하는 고민까진 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힌 혜리는 “그 순간,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택한다. 당시엔 미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 즐겨보는 건 장르물이지만, 선뜻 하고자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해 궁금증을 낳았다. 작품 선택에 구체적인 기준을 묻자 혜리는 “캐릭터보단 이야기를 먼저 보고 작품을 결정하는 편이다. 명확한 기준을 두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캐릭터는 조금씩 달라도 공통된 지점이 있더라. 따듯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단 거다. 온기 있는 작품 위주로 출연하다 보니 결이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게 된 것 같다. ‘청일전자 미쓰리’도 고단한 현실을 버티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멜로에 끌릴 때도, 가족 이야기에 마음이 갈 때도 있지만 ‘청일전자 미쓰리’를 만나기에 앞서 이제껏 알지 못했던 공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선심을 통해 소탈한 모습을 자주 보였으니, 다음번엔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사실은 모두 자기 상처가 가장 크고 아프죠. 저도 나름대로 힘든 일들이 있지만, 직장인분들도 고달프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느 날은 문득 ‘26살 선심이는 언제 돈을 모으고, 언제 쉴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비록 촬영 일정이 버거울 땐 잠을 못 자지만, 촬영이 끝나면 몰아서 쉴 수 있잖아요, 반면 직장인들은 일 년에 정해진 연차만 쓸 수 있다는 게, 그마저 눈치를 보며 써야 한다는 게 참 힘들겠다 싶었죠. 만일 선심이의 상황에서 보기 싫은 사람이 있더라도 촬영이 진행되는 6개월만 있으면 끝나는데.. 직장인들은 퇴사할 때까지 봐야 하니까.(웃음)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항상 사직서를 품에 안고 다닌다’는 기분을 알 것만 같기도 했죠. 청일전자가 선심이의 첫 직장이고, 두 번째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꾹 참고 견디는 것처럼 직장인들의 고충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어요.”

       

      배우 이혜리와 청일전자의 미쓰리. 이번 작품은 닮은 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었다. ‘청일전자 미쓰리’의 전개를 두고 판타지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반대로 진짜 중소기업 직원들이 쪽지를 보내 그를 응원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공감 가고 위로가 됐다”고 글을 남겼다. 선심이를 연기하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됐다는 게 좋았고 그 어떤 칭찬보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 그는 “나 자신도 성장한 것 같았다. 선심이처럼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랄까.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작품의 의미를 찾았다.

       

      그룹 걸스데이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민 후 배우로 전향해 활동하기까지. 이혜리는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는 “이전엔 ‘만들어진’ 이혜리였다면, 이제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말 그대로 ‘제2막’의 시작을 맞이하며 ‘청일전자 미쓰리’를 더 깊이 대하려고 준비했고 마침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혜리는 tvN 예능 ‘도레미 마켓-놀라운 토요일’을 통해 매주 토요일 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예능이 좋다”는 혜리는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기에 예능이 주는 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조금씩 실천하고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데뷔한 지는 오래됐지만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보여주기식’ 이혜리가 아닌, ‘진짜’ 이혜리의 모습을 공유하고자 유튜브를 만들어가고 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죠.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물장구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선심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덜어낼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아요. 잠시 쉬고 따듯해질 즈음에 다시 만나요.”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크리에이티브 그룹 IN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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