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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생충’을 빛나게 한 봉준호의 정면돌파 (종합)

입력 : 2020-02-19 14:00:38 수정 : 2020-02-19 18: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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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2020.02.19.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해외 영화제 19개, 해외 시상식 155개 등 총 174개의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영화 ‘기생충’.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라선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의 뜻깊은 피날레를 자축했다.

 

19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국내외 400여 명의 취재진이 자리해 ‘기생충’을 향한 열기를 짐작케 했고, 참석자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 스토리와 오스카 캠페인, 봉준호 감독의 후속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은 지난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관왕 등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수상이자, 다음 100년을 시작할 수 있는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지난해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던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약 1년이 지나 ‘금의환향’하게 된 봉준호 감독은 “기분이 묘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마침내 다시 이곳에 오게 돼 기쁘다”는 소감으로 ‘기생충’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돌아봤다. 

[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송강호(가운데)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2020.02.19.

한국영화 최초의 오스카 수상에는 봉 감독과 송강호의 ‘오스카 캠페인’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낯선 오스카 캠페인이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지난 6개월을 ‘게릴라 전’이라 표현했다. 600여 개의 인터뷰, 관객과의 대화만 100회 이상 진행됐고,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을 열정으로 매웠다. LA 시내에 거대한 전광판 광고를 걸지는 못했지만, 소셜미디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함께했다.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기 위해 배급사와 제작사 등이 함께 똘똘 뭉쳐 시너지를 냈기에 오스카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기묘한 만남을 풀어냈다. 화제의 중심에는 적나라하게 표현된 ‘빈부격차’가 있었다. 봉 감독은 전작과의 비교를 통해 ‘기생충’의 의미를 짚었다. “‘괴물’ 때는 괴물이 한강변을 뛰어다녔고, ‘설국열차’는 미래의 기차가 등장하는 등 SF적 요소가 많았다. 반면 ‘기생충’은 우리가 사는 동시대의 이야기다. 현실을 기반한 분위기를 담았기에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짐작했다. 이어 “이야기가 가진 우스꽝스러움도 있지만 씁쓸한 빈부격차의 문제를 1cm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정면 돌파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였다. “어쩌면 관객이 불편해할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으로 (영화에) 달콤한 장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우리 시대에 대해 최대한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다. 비록 대중적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수 있어도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소신을 전했다.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 이전부터 외국어 영화로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봉 감독은 “전 세계 동시대 관객들이 호응해줬다는 게 가장 큰 의미도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긴 기간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한 이정은은 “전 세계 젊은 친구들이 겪고 있는 동시대적인 문제를 재밌으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을 ‘기생충’의 성공 요인으로 바라봤다. 나아가 봉 감독에 대해서는 “오스카 캠페인은 경쟁적이기보다 동지적인 구도다. 그 안에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추켜세웠다. 

아카데미 4관왕이 끝이 아니다. ‘기생충’을 더 새롭게 만나볼 기회도 준비 중이다. 먼저 26일 국내 흑백판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 유명 제작사와 드라마화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봉 감독은 “옛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있었다. 만일 1930년에 흑백으로 영화를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보는 이들의 시선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 확신하면서 “배우들의 미세하고 섬세한 연기의 뉘앙스 잘 느낄 수 있다”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흑백판이 상영됐고 한 관객이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감상평을 남겼다며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드라마판 ‘기생충’은 영화 ‘바이스’, ‘빅쇼트’ 등을 연출한 아담 맥케이와 협업한다. “동시대의 빈부 격차라는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고 블랙 코미디와 범죄 드라마 형식처럼 더 깊게 파고들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아직 제작 초기 단계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로 긴 시즌제 드라마가 아니라 5∼6부 에피소드 형식의 밀도 높은 TV 시리즈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귀띔도 있었다. 

 

‘옥자’, ‘설국열차’, ‘기생충’ 등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 감독이 국내외 취재진으로부터 받은 주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플란다스의 개’, 혹은 ‘기생충’ 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과연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1999년 데뷔해 2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 영화계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엔 어려워졌다고 돌아본 봉 감독은 “재능있는 감독들이 산업에 흡수되기보다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주류 영화) 간의 다이내믹한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영화를 껴안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워낙 많은 재능이 이곳저곳에 꽃피고 있다”며 ‘좋은 충돌’을 향한 희망적 시선을 내놨다.

 

지난해 5월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기생충’은 한국 영화계에 ‘경사’를 불러왔다. 하지만 봉 감독은 하나의 이벤트이기보다 영화 자체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배우들의 아름다운 순간, 모든 스태프가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한 장면 한 장면이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회견 당일 오전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봉 감독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는 ‘수고했고 이제 쉬길 바란다. 대신 조금만 쉬고 차기작을 준비해달라’는 애정어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봉 감독은 이 영광스럽고 기쁜 메시지에 힘입어 평소처럼 묵묵히 제작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 약속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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